美 기준금리 2% 진입 여파
기초체력이 튼튼한 한국 시장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글로벌 머니무브 과정에서 취약한 신흥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도미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코스피 2% 급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반기(7∼12월)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내자 글로벌 투자심리가 일제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날 국내 증시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남북 경협주(株)가 급락한 영향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압승으로 국내 기업에 부담을 줄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3월 역전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50%포인트로 벌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나온다. 이날도 외국인들이 약 4800억 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매도하며 증시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2월부터 지난달까지 4조8800억 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취약한 신흥국과 달리 한국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 미국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연준이 올해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3월 이후 브라질, 러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 증시는 10% 안팎 하락했다. ‘6월 위기설’을 촉발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30% 급락해 사상 최저 수준이다. 5월 이후 이달 6일까지 신흥국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순유출된 글로벌 펀드자금은 이미 97억1600만 달러(약 10조5000억 원)에 이른다.
신흥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3개월간 ―7.94%의 수익률을 보였다. 브라질(―25.09%) 베트남(―10.28%) 러시아(―8.52%) 등의 손실이 크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신흥국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해외 투자를 고려한다면 미국,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