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성격은 친노동 정부라는 현 정부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5월 김 부회장은 “획일적인 정규직 전환은 갈등만 키우고 전체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정면으로 반발했다.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작심한 듯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반성하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아마 이때 경총과 김 부회장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을 것이다.
▷올 4월 임기가 끝나고 연임을 고사한 박병원 회장과 함께 김 부회장도 물러났다. 그 뒤 영입된 인물이 송영중 전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다. 아무리 알아서 엎드린다고 해도 관료가, 그것도 노동부 출신이 낙하산처럼 온 데 많은 회원사들이 깜짝 놀랐다. 그런데 최근 회장단이 송 부회장을 경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발단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다. 경영계에서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했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송 부회장이 최저임금위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해 회원사들을 당혹하게 했다.
▷송 부회장은 취임 이후 조직 내부에서 불화설이 끊이질 않더니 최근에는 재택근무로 구설에 올랐다. 송 부회장은 노동부 시절 원만한 성격에 합리적인 관료였다는 게 중평이다. 하지만 경총은 사용자들을 위한 이익단체이고 부회장은 그 조직을 이끄는 실무 책임자다. 이런 자리의 성격에 대해 착오가 있었다면 경질론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게 옳지 않았나 싶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