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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키우러 베트남 가는 ‘4전5기 신화’

입력 | 2018-06-12 03:00:00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 새 도전
“집안 일으키려 링 올랐던 나처럼 베트남 선수들 헝그리 정신 보여”
박연차 회장 지원받아 지도 나서




‘베트남에서 복싱 선수 발굴 및 지도에 나서는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는 베트남 선수들을 지도하며 세계적인 복싱 스타를 길러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복싱 잘하면 내 새끼지.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4전5기 신화’의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68)이 베트남에서 복싱 지도에 나선다. 12일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르는 홍 회장은 출국을 하루 앞두고 선수 양성 계획을 전하며 눈을 반짝였다. 홍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베트남 현지에 복싱 체육관을 마련한 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선수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홍 회장은 베트남을 택한 이유로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두 달 넘게 베트남 각지의 체육관을 돌아본 그는 선수들의 눈빛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투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은 연습경기에서도 홀딩(상대의 팔을 껴안고 제압하는 것)을 안 한다. 맞다보면 지쳐서 매달리고 싶게 마련이다. 그런데 쉽게 안 지치더라. 그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달 가까이 선수들을 만나 대화하며 홍 회장은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부친이 고혈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가세가 기울면서 그는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링에 나섰다고 했다. “어머니가 미군 식당에서 일했다. 그때는 ‘내가 이기면 우리 엄마가 쟁반 안 날라도 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베트남 선수들에게서도 그런 의지가 보였다.”

복싱 팬이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그의 베트남 진출을 제안했다. 태광실업은 베트남에서 비료·물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홍 회장은 박 회장으로부터 복싱 체육관 건립 및 선수 발굴 등과 관련한 후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꼽은 첫 번째 목표는 ‘스타 선수 배출’이다. 8체급을 석권하며 세계적인 복싱스타가 된 매니 파키아오가 고국 필리핀에 복싱 열풍을 일으킨 것을 예로 들었다. 복싱 슈퍼스타가 나오면 베트남에도 복싱 붐이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회장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끈 뒤로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아졌다”며 “복싱은 이미 아시아인이 여럿 챔피언에 올랐던 스포츠다. 베트남에 ‘복싱 붐’을 일으켜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