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이 지난달 31일부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해외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대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세계 1∼3위 기업인 이들이 전 세계 D램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담합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3사에 우리 돈 최대 8조6000억 원의 과징금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사는 정보기술(IT) 등 중국 내 수요 기업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가격 인하 압박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 기업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면 우려가 크다. 작년에만 중국에 반도체 42조 원어치를 수출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15%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내세웠다.
3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조사국, 상무부 반독점국, 공상총국 반독점국 등이 합쳐져 출범한 반독점국이 대대적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보기 차원에서 의외의 강력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2015년에도 퀄컴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약 1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이 있다. 이번 조치가 자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외국 기업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반(反)시장적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면 중국은 경제 선도국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