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튜브 과학채널 AsapSCIENCE
김채린 디지털뉴스팀 인턴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영상은 12일 미국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녹음된 음성이 ‘로럴’로 들리는지 ‘얘니’로 들리는지를 묻는 질문에 ‘로럴이다’ ‘얘니다’ ‘둘 다 들린다’ ‘둘 다 아니고 완전히 다른 소리다’ 등 갖가지 의견이 난무한다.
유사품으로 장난감 캐릭터 명칭이 ‘브레인 스톰(brainstorm)’과 ‘그린 니들(green needle)’ 중 무엇인지를 구별하라는 동영상도 등장했다. 2015년 온라인 세상을 달궜던 ‘파검(파랑·검정)’ vs ‘흰금(흰색·금색)’ 드레스 대결 저리 가라다.
또 컴퓨터·스마트폰·헤드폰 등 어떤 기기로 재생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많이 달라지고 주파수가 높은 소리에 대한 개개인의 민감도도 큰 영향을 미친단다. 특히 나이가 들면 높은 주파수 음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므로 젊을수록 ‘얘니’, 나이가 많을수록 ‘로럴’로 들린다는 설명은 수백 번 들었어도 ‘오로지 로럴’이었던 기자에게 씁쓸함을 안겼다.
비단 청각뿐일까. 인간의 오감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알려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같은 길이의 선이지만 양 끝의 화살표가 안과 밖 중 어디로 향했느냐에 따라 바깥 화살표의 선이 더 길어 보이는 ‘뮐러리어 착시’, 특정 현상에만 주의를 집중하면 같은 시공간에 고릴라처럼 큰 물체가 지나가도 인지하지 못하는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는 시각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신체 부위에 대해 여전히 감각을 느끼는 ‘환상사지(phantom limb)’는 촉각 오류의 대표 사례다.
즉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는 것에 대한 100%의 확신은 위험하다. ‘내가 봤는데 A가 옳다’ ‘내가 들었으니 B가 맞다’는 태도는 그 자체로도 오류를 내포할 뿐 아니라 다양성과 다원주의가 중요한 현대사회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내가 너고, 네가 나”라는 말은 드라마 주인공에게나 어울린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너도 나일 수 없다. 이 작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하정민 디지털뉴스팀 차장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