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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관 불이익 없었지만 ‘사법 독립’ 스스로 부정했던 대법원

입력 | 2018-05-28 00:00:00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1차 조사 때부터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는데도 2, 3차 재조사를 지시해 1년 3개월 동안 법원을 내홍(內訌)에 빠뜨린 김명수 대법원장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재판을 청와대와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 행태가 3차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조사단이 기획조정실 컴퓨터에서 발견한 2015년 7월 대외비 문건에는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고 적혀 있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2015년 3월 대법원 판결 등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실제 판결한 16건의 사건이 그 예로 적시돼 있다. 대법원이 ‘사법부 독립’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정 법관들의 성향 동향 및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사실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실행 여부와 별개로 법원행정처가 재판과 관련해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 검토하고, 법관들에 대한 뒷조사를 한 것 역시 ‘재판과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대하게 훼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