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투기자본 엘리엇이 경영권 방어가 허술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인수합병 승인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한 뒤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자율자동차 등 미래자동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기업에 비판적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엘리엇이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독수리(Vulture)에 빗대 ‘벌처 펀드’로 불리는 국제적 투기자본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엘리엇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궁지에 몰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 델파이를 다른 헤지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했다. 회사를 청산해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GM을 협박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뒤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미국 일자리 3만5000개를 날렸다.
근래에는 한국 기업들이 소버린, 헤르메스, 칼 아이컨 등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SK, 삼성, KT&G 등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해당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 모아 주가가 오르면 빠져나가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에 7000억 원대 보상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