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있는 인생/마루야마 겐지 지음/고재운 옮김/296쪽·1만3800원/바다출판사
행글라이더를 배울 때는 ‘새라기보다는 모기와 비슷한 날개를 짊어지고 뛰어내리는 것이다’고 썼다. 눈 치우기는 중노동이지만 겨울 스포츠로 이만한 게 없다고 한다. 소각로가 자주 망가지자 직접 만든다. 당일 태워야 할 목록에는 ‘매 호 매 호 작문을 겨우 면할 정도인 소설을 왕창 싣고도 시치미를 떼는 문예지’도 있다. 낚시는 사색이 아니라 철저히 승부의 영역이다. 이기지 못하면 분통이 터진다. 송어 떼를 잡을 수 없게 되자 돌을 내던져 송어가 모조리 도망가게 만들 정도다.
수시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글쓰기와 삶에 대해 고찰한 문장을 보노라면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오토바이 타기에 대해 ‘한 점을 응시하고 있으면 전복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눈은 뜨고 있어도 마음으로는 감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고백한다. 소각로를 보며 ‘마음속 소각로에 온갖 체험을 던져 넣어 태우고, 그 불꽃을 열정으로 바꿔 부지런히 소설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