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이종석 前통일 “北비핵화뒤 美핵전략자산 전개 말아야”
대표적인 게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 공약이다. 이는 유사시 미국이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등을 총동원해 한반도를 방어한다는 내용이다. 매년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 합의문에는 ‘핵우산 제공 조항’이 핵심 내용으로 명기돼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재래식 또는 핵무기로 공격하면 수백 배의 ‘핵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대북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본격 논의되면 핵우산 공약의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북한이 2006년에 이어 또다시 한반도 영토와 영공, 영해의 핵무기 반입을 금지하는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를 한반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막는 것으로 ‘핵우산 철폐’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평화·화해 무드가 계속 고조되면 정부 내에서 ‘핵우산 무용론’이 제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올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50차 한미 SCM에서 공동 합의문 내 핵우산 제공의 명문화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를 약속하고, 한미 양국과 불가침을 합의하면 ‘대북 핵 보복’의 명분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것. 2005년 한미 SCM 당시 노무현 정부는 공동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핵우산 제공 조항의 삭제를 요청했고 미국이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군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 폐기가 거의 완료되고, 남북 간 재래식 군축이 상당 수준 진전되기까지는 핵우산 공약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