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훈풍에도 아직 ‘먼 길’
이에 따라 경제계는 5, 6월 개최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경협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실질적 경협까지는 여전히 먼 길
29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들은 4·27남북정상회담에 남북 경협이 정식 논의 안건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대북 제재’로 꼽았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유엔이 대북 인도 지원까지 막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정식 의제로 신규 남북경협 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웠다”며 “정부 차원의 경협안도 유엔 제재가 풀린 이후에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유엔으로부터 금융거래, 무기 수출입, 선박 왕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는 원유 공급 동결 안건까지 유엔 안보리를 통과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경협안을 제시할 경우 “홀로 대북 제재에서 이탈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대북 제재가 풀리면 이번에 합의한 대로 기존 경협 사업을 재추진하고, 신규 사업에 착수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관가에서는 이 경우 2007년과 마찬가지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등의 조직을 다시 발족해 경협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추위는 부총리급 독립위원회였다.
○ 백두산 관광 재추진 가능성
당시 추진하기로 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해주경제특구 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다. 남북은 당시 황해도 해주에 제조, 물류, 수출 복합 특별경제구역을 만들어 인천국제공항, 개성공항을 잇는 남북 간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 특구를 만들기로 했다.
산업합작 측면에서는 북한 강원도 안변군, 평안남도 남포시 등에 남북 조선협력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호황을 맞은 한국 조선업이 중국 대신 인건비가 싼 북한을 새로운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 경기 침체로 11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국제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한다는 내용도 2007년 10·4선언에 담겼다. 증권가에서는 철도 도로 등 남북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개성공단 확장 등을 제외하고도 이들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북 제재 해소가 남북경협의 전제조건인 만큼 북-미 회담이 중요하다”며 “우리 측 경의선, 동해선 공사의 재개 등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