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프리미엄 소주의 부활
20,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치 있는 소비’ 문화가 퍼지면서 프리미엄 소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클럽에서 모델들이 프리미엄 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장면. 광주요그룹 제공
직장인 김윤영 씨(29·여)도 최근 프리미엄 소주에 입문했다. 도수가 높긴 하지만 최근 얼음과 탄산수를 함께 주는 술집이 늘면서 소주에 얼음을 넣어 온더록(On the rock)으로 프리미엄 소주를 마시고 있다. 김 씨는 “소주는 향이 너무 독하고 사케는 가격이 비싸다”며 “반면 프리미엄 소주는 탄산수와 함께 온더록으로 희석시켜 마시면 부담이 없어 자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소주는 에탄올에 물을 타는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달리 곡류나 고구마 등을 발효시킨 뒤 증류해 만든 술이다. 대부분 알코올 도수가 25도 이상으로 일반 소주에 비해 높고 가격도 375mL에 1만 원 정도로 일반 소주 가격의 10배나 된다. 출시 초기만 해도 ‘비싸고 독한 술’로 여겨지던 프리미엄 소주의 인기가 오르면서 관련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화요의 지난해 매출액은 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전체 매출액이 38억 원 수준이던 2014년과 비교하면 3년 사이 갑절로 성장한 셈이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39.2% 올랐다. 프리미엄 소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4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2.4% 증가했고 2015년 성장률은 192.1%나 됐다. 2013년에 마이너스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2016년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대장부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10년 숙성’을 내세운 일품진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가정용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 최근에는 음식점이나 술집에만 공급하고 있다”면서 “제조기간이 오래 걸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숙성기간을 줄여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홈(Home)술족’이 인기 역주행 비결
지금은 품귀현상까지 일으키고 있지만 10여 년 전 프리미엄 소주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비자 반응은 썰렁했다. 화요가 2005년, 일품진로가 2007년 나왔을 때는 ‘불편한 술’일 뿐이었다.
어중간한 도수에 가격도 일반 소주의 10배 수준으로 비싸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20, 30대 젊은층에게 프리미엄 소주는 상견례 같은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 한 잔씩 마시는 ‘불편한 술’로 통했다.
주류업계에서 ‘비싼 애물단지’로 통하던 프리미엄 소주가 스타 반열에 오른 건 2014년부터다. 주류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소주의 ‘인기 역주행’에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돈이 조금 들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문화가 퍼지고,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풍토가 주류문화에도 반영되면서 프리미엄 소주가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20, 30대 젊은 고객들이 삶을 즐기기 위해 프리미엄 소주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집에서 술을 먹는 ‘홈(Home)술족’이 증가한 것도 프리미엄 소주의 몸값을 올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마시면 식당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술을 마실 수 있어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인기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소주 바람은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로 퍼지고 있다. 화요는 2015년 중국,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데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진출을 앞두고 있다. 광주요그룹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프리미엄 소주가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