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승인 난 화학물질 핵심 성분… 장관이 취소 뒤 공개할 수 있게’ 고용노동부, 2월 입법예고… 경영계-학계 “과도한 규제” 지적
특히 과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사실상 같은 내용의 법안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회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폐기한 법안을 새 정부가 무리하게 재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폐기된 법안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것이다.
고용부가 2월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115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 △새로운 유해성, 위험성 정보가 발견돼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 장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확인된 경우 고용부 장관이 직권으로 ‘영업 비밀’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이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고용부 장관이 승인을 취소하고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영업 비밀 승인을 받았더라도 만약 근로자에게 위험한 요소가 새로 발견되면 MSDS에 기재해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직권으로 영업 비밀 승인을 취소하고 제3자에게 이를 공개할 수도 있다. 정부 개정안 중 영업 비밀 승인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점도 쟁점이다. 재심사에서 떨어지면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고 MSDS에 기재해야 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공정의 핵심 재료를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여지가 상당히 줄어드는 셈이다. 재계에선 개정안이 시행되면 핵심 재료와 성분의 공개를 원치 않는 외국 기업들이 부품 공급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개정안은 김영주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10월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내용이 거의 같다. 당시 국회 환노위 전문위원실은 “MSDS의 1차적인 생산, 보존, 관리 주체는 사업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개 주체를 고용부 장관으로 한 데 부정적 의견을 냈다.
또 환노위 전문위원실은 고용부가 영업 비밀 여부를 사전 심사하는 데 대해 “국내에 유통되는 MSDS 물질이 수십만 개에 이르는데, 이를 (모두) 심의하는 것이 행정적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가 그 많은 MSDS를 심사할 역량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은 환노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의원 시절 추진했다 폐기된 법안을 장관이 돼 다시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