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 씨(온라인 닉네임 ‘드루킹’)의 주오사카 총영사 인사 추천을 받고 해당 내용을 대통령인사수석실로 전달했다고 어제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김 씨를 두세 차례 만났고, 대선 전 김 씨가 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김 씨도 그중 한 명이었지만 이후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 씨가 협박과 보복을 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 의원이 일개 ‘온라인 카페 활동가’의 고위직 인사 추천을 직접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엔 늘 ‘지지’와 ‘협조’를 대가로 정권에 선을 대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김 씨가 수많은 정치브로커 중 한 명 정도의 인연과 역할에 그쳤다면 주오사카 총영사라는 큰 자리를 대가로 요구하고 여권의 핵심인 김 의원에게 협박 및 보복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느릅나무출판사는 사실상 ‘유령 출판사’였다. 출판된 책이 한 권도 없다. 경찰이 압수한 댓글·문자폭탄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만 170여 대다. 3층 규모의 사무실 임대료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배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씨는 김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경찰에 긴급체포되기 전날인 지난달 20일까지 자신의 활동 내용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에도 선관위는 검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 씨를 무혐의 처리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때 김 씨가 어느 정도 수준의 활동을 했는지 규명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