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 성매매 광고 뿌리뽑기… 게시된 포털-SNS업체도 처벌한다

입력 | 2018-04-13 03:00:00

트럼프, 민형사책임 묻는 법안 서명




미국이 온라인 성매매를 뿌리 뽑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제3자의 성매매 관련 콘텐츠를 게재한 인터넷 사이트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법(FOSTA)’ 법안에 서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정보기술(IT) 산업 위축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대통령 서명이라는 최종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세계 최대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이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1860억 달러(약 200조 원·2016년 기준)로 추산되는 세계 성매매 산업이 크게 위축될지 주목된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서 성매매 사이트 탓에 자녀를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FOSTA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유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도 이겨내기 힘든 아픔을 견뎠다. 이 법안은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성매매는 아마도 지금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최악이고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입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며 “이방카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고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2월과 3월에 압도적 표차로 각각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성매매 알선 광고와 같은 성매매 연관 콘텐츠를 게재한 소셜미디어, 포털, 인터넷 사이트를 주(州)검찰이 기소하거나 성매매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걸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의 성매매 규제 법안은 원칙적으로 인터넷상 외설물 배포만 금지했을 뿐 제3자의 외설물을 게재한 웹사이트들에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어 많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인터넷 공룡들까지 약관에 ‘제3자가 게시하는 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FOSTA가 발효하게 된 것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인 ‘백페이지닷컴’의 영향이 컸다. 백페이지닷컴은 세계 약 100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최근까지 성업했던 온라인 광고 사이트로, 5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의 99%를 불법 성매매 중개를 통해 벌어들였다.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NCMEC)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매매의 73%에 백페이지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2016년 12월 일리노이주에서 데즈리 로빈슨이라는 16세 여성이 이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려던 남성을 만났다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미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2월엔 백페이지닷컴에서 성노예로 팔렸던 13세 딸을 구출해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아이엠 제인 도’가 해당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여론 형성을 했다.

국내 온라인에서도 성매매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방문자가 많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제작자와 유포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콘텐츠가 게재된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해외에 본사를 둔 인터넷 사이트와 SNS다. 국내법 적용이 쉽지 않다 보니 처벌은커녕 수사 착수조차 쉽지 않다. 이 경우 운영자는 고사하고 콘텐츠 제작자와 유포자 추적도 어렵다. 성매매 콘텐츠의 온상으로 떠오른 포털 사이트 야후의 SNS ‘텀블러’는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에 “미국 국내법을 따른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온라인 성매매와의 전쟁법’에 서명하면서 국내 온라인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자를 처벌하기 위해 해외 본사에 정보를 요구하면 답변을 받는 데만 2∼3개월이 걸렸다. 앞으로는 적극적인 수사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