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거울놀이… 이불썰매 놀이… “퇴근 후 5분만 함께해도 충분”

입력 | 2018-04-12 03:00:00

아빠의 행복한 놀이교육




딸부잣집 박찬홍 씨(42·오른쪽) 가족사진. 왼쪽부터 아내 안진영 씨(42), 막내 지안(2), 첫째 수연(10), 셋째 서현(6), 둘째 소은 양(7). 박찬홍 씨 제공

나는 네 자매의 아빠다. 큰딸은 올해 10세, 둘째와 셋째는 7세, 6세이다. 막내는 25개월이다. 주변에선 ‘육아 전문가가 다 됐겠다’고 하지만 사실 나도 육아에 별 관심이 없던 아빠였다. 그래서였을까. 한때 내 옆에서 자던 아이들이 엄마 옆에서 웃고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다. 내심 서운했다. 또 한 살 터울인 둘째와 셋째가 자주 다퉜는데 아빠로서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아빠육아교실 등에 참가하며 육아를 공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수건 던지기, 비닐봉지 풍선놀이, 이불썰매 놀이처럼 아이들과 함께한 놀이교육이었다. 집에 있는 흔한 소품만으로도 아이와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요리교실, 천연 가습기 만들기, 지역문화 탐방 활동은 자녀와 유대감을 쌓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100인의 아빠단’에 참여하며 퇴근 후 아이들과 블록놀이, 숫자놀이, 인사하기, 요리하기 등 과제를 수행했다. 단 5분 만에 아이들과 가까워진다는 걸 체감했다. 지금은 그때 배운 걸 바탕으로 직접 개발한 ‘아빠표 놀이’를 함께하고 있다.

‘종이컵 로켓 발사놀이’는 바닥에 누운 채 입으로 바람을 불어 누가 종이컵을 높이 날리는지 겨루는 놀이다. 주사위를 굴려 가장 큰 숫자가 나온 사람이 블록을 하나씩 가져가는 ‘블록 갖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놀면서 숫자를 익혔다. 한 사람당 5장의 종이를 주고 여기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한글, 숫자, 그림을 그린 뒤 다른 사람이 맞히도록 설명하는 ‘카드놀이’는 한글과 숫자는 물론이고 표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를 비행기로 접어 상대방에게 날리는 ‘편지 비행기 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놀이 덕분에 셋째 딸은 벌써 한글을 다 뗐다.

놀이는 가족 간 친밀감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컸다. 서로 마주 보고 거울을 보는 것처럼 상대방의 몸짓을 똑같이 따라하는 ‘거울놀이’, 첫째가 둘째, 둘째가 셋째 역할을 하는 ‘역할 바꾸기 놀이’가 그것이다. 이때 부모가 바뀐 역할대로 아이들을 대해 주면 아이들은 놀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한글, 숫자를 익히는 건 덤이다. 그간 아빠의 정성이 통했는지 요즘 아이들은 밤마다 아빠 옆에서 자겠다고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둘째와 셋째 간 다툼도 줄었다. 아빠 육아는 사실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 1분만이라도 시간을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박찬홍 씨(42·서울 은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