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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만 감지하는 음역대에 정보 심어… ‘음파결제’ 기술 보유

입력 | 2018-04-12 03:00:00

[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6> 음파기술 스타트업 ‘모비두’




스타트업 모비두는 롯데그룹의 자금과 유통 인프라, 기술협력을 활용해 급성장했다.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에 정보를 입히는 기술을 개발해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쓰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L.pay)에 적용했다. ‘롯데그룹이 선택한 기술’이란 이력을 들고 현재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스타트업 모비두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이 엘페이가 실행된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에 누구보다 먼저 귀 기울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막 창업 5년째를 맞는 스타트업 모비두는 기계만 감지할 수 있는 음역대에 정보를 입히는 기술을 독자 개발해냈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해온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첫 국내 스타트업,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쓰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L.pay)에 기술 적용 등 모비두가 써온 이력은 웬만한 중소·중견기업보다 화려하다.

11일 서울 종로구 스타트업 모비두 사무실에서 이윤희 대표를 만나 ‘대박 비결’을 물었다. 기술에 대한 자랑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이 대표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롯데그룹이 지닌 유통망과 해외 네트워크 등 역량을 적극 활용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모비두 성공 가능성을 일찍부터 알아봤다. 지난해 7월 롯데멤버스는 삼성넥스트, 캡스톤파트너스 등과 함께 모비두에 15억 원을 투자했다. 롯데슈퍼,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전국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에 모비두 기술을 탑재한 엘페이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시작했다. 모비두의 첫걸음부터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강력한 우군 역할을 했다.

모비두를 이야기할 때마다 ‘롯데그룹이 선택한 기술’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왔다. 이 대표는 “롯데그룹이 앞장서 투자뿐 아니라 모비두 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준 것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모비두는 사람은 못 듣고, 기계만 들을 수 있는 음역대에 정보를 심고, 정보를 안전하게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정 주파수 대역을 통해 라디오를 듣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소리 낼 수 있는 ‘스피커’를 갖춘 기계와 ‘마이크’가 있는 스마트폰 사이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엘페이에도 카드 포스(POS) 기기나 개인용 단말기(PDA)뿐 아니라 ‘삑’ 소리를 내는 잠금장치와 스마트폰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 쓰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켠 뒤 바코드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 점원에게 보여주면 점원이 바코드 스캐너로 스캔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블루투스를 활용한 비컨 등의 기술과 달리 음파 송수신 과정 중 휴대전화 배터리 소모도 없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모비두 기술을 이용한 간편결제 서비스의 강점은 ‘단순함’”이라고 평가했다.

모비두도 기술 개발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소리로 정보를 주고받다 보니 시끄러운 주변 환경에 영향받는 경우도 많았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보안성을 강화하고, 주변 소음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다.

모비두가 처음부터 음파 결제 시스템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삼성전자에서 실리콘밸리 유망 벤처를 발굴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업무를 했던 이 대표는 당초 모바일 광고 시장 관련 창업을 하려 했다. 여러 가게들이 쿠폰 도장을 찍는 카드를 각각 만드는 것을 보고 이 과정을 모바일로 옮기려 했다. 이 대표는 “쉽게 모바일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이 기술을 결제 시스템까지 확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비두는 현재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먼저 롯데그룹 인지도가 높은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진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에도 롯데그룹이 든든한 ‘밑천’이 되어 주고 있다”며 “양측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