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리는 첫째
최근 벌어진 재활용품 수거 대란을 보면서 우리 집 쓰레기 발생량을 돌이켜봤다. 머릿수가 많은 다자녀 집은 당연히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사다 먹을 때도 많고 그때그때 쓰기 좋게 나눠놓은 물품을 살 때가 많아서 배출 일회용품은 맞벌이가 아닌 다자녀 가정의 배에 가깝다.
그나마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를 낳은 뒤 쓰레기의 양은 말 그대로 폭증했다. 첫 아이부터 막내까지 모두 천 기저귀를 썼는데 그런대도 일주일간 나오는 기저귀 쓰레기가 엄청났다. 물티슈, 분유통, 과자봉지 등 그밖에 부산물까지. 육아휴직 때는 웬만한 음식은 내가 다 요리해먹었는데도 식재료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야금야금 모으니 적지 않았다. 음식쓰레기뿐만 아니라 야채를 싼 봉지 등 식재료 포장이 모이자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사흘에 한 번씩 비워도 모자랐다.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쓰레기도 당연히 2배, 3배 많아졌다. 아이들은 꼭 뭐든 똑같이 하고 싶어 했다. 떠먹는 요거트 하나를 먹어도 모두 똑같이 먹어야 했고, 장난감 하나를 사도 모두 똑같은 걸 사서 돌려야지 안 그러면 싸움이 났다. 장난감 하나 사면 박스에 고정 플라스틱에 스티로폼, 금속 끈 등 나오는 쓰레기가 왜 그리 많은지. 먹고, 놀고 나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됐다.
여기에 애들이 크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오는 ‘공작품’들이 더해졌다. 며칠 전 아이가 “엄마, 어린이집에서 ‘로켓’을 만들었어요”라며 자랑하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내 눈에는 ‘페트병 하나와 폐지, 스티로폼으로 이뤄진 재활용 폐기물 모듬’으로 보였다.
어느새 분리수거함이 꽉 차 그 위에 박스며 플라스틱 포장을 탑처럼 쌓는 일이 일상이 됐다. 셋째를 낳고 회사에 복직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주시는 가사도우미를 모셨지만 중간 중간 친정엄마가 비워주시지 않으면 분리수거함은 언제 비웠냐는 듯 또 가득 찼다.
비록 쓰레기 소동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처럼 자신과 가족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돌아본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본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결국 미래 내 아이들이 자랄 땅과 물을 더럽히게 될 테니까. 마치 봄 새싹이 막 올라와 파아란 아파트 잔디밭에 가득 쌓였던 폐플라스틱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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