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예술단 1차공연 분위기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한 그룹 레드벨벳. 왼쪽부터 웬디, 아이린, 예리, 슬기. 격렬한 노래인 ‘빨간 맛’을 부른 뒤 아이린이 “평양 무대에 올라서 반갑다”는 멘트를 하기 전 숨 가빠 하자 객석에서는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슬기는 “북한 관객들이 다들 미소지어 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연 화면 캡처
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후 기자단과 만난 그룹 ‘레드벨벳’ 멤버들은 들떠 있었다.
2003년 이후 15년의 간극. 그 사이에 ‘케이팝’이란 세계적 장르가 생겼다. 2011년 SM 가수들의 프랑스 콘서트,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 최근 방탄소년단의 선전…. 이번 무대는 평양시민이 단순히 남조선 댄스 가요가 아닌 ‘케이팝’을 처음 육안으로 볼 기회였다.
레드벨벳은 기대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멤버 웬디는 “호응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노래를 보여 드리려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 생각했는데 뜻밖에 호응이 좋았다”고 했다. 슬기는 “저희에 앞서 YB(윤도현밴드) 선배님들 무대에서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긴장이 풀렸다”고 했다.
2일 오후 평양냉면 전문점인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는 레드벨벳 멤버들.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연 뒤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 것도 레드벨벳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북한 전역에 1000개 넘게 분포한 장마당, 즉 비공식 시장을 통해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담긴 CD, DVD가 유통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북측이 레드벨벳을 불러들인 것은 문화적 융통성과 개방성을 과시하려는 영민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한편 남측 예술단 가수들은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정부지원단 관계자에 따르면 조용필은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 준비로 후두염에 걸려 고열과 통증에 시달렸고 이선희는 대상포진 후유증이 있었다. 서현은 몸살감기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았다. 윤도현은 “공연 막판에 눈물 흘리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받은 감동이 준비 과정의 스트레스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우리 예술단은 2일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가수 최진희는 취재진에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를 전날 공연에서 부르게 된 비화도 소개했다. 최 씨는 “준비단 측에서 요구하는데 그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왜 내 노래도 아닌 걸 불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김정은) 위원장께서 악수하면서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부탁한 이유를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 노래는 김정일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예술단은 3일 오후 4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함께 합동공연을 펼친 뒤 돌아올 예정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