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미세먼지와 대응법, 그것이 알고 싶다
초미세먼지는 일 년 내내 기승을 부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이달 25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 경복궁 앞을 지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봄만 넘기면 미세먼지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틀렸다. 미세먼지는 봄과 겨울에 농도가 높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발 오염물질이 미세먼지 원인의 100%도 아니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를 태웠을 때 발생하는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인해 악화된다. 이런 국내 요인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미세먼지의 농도를 높인다. 일 년 내내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완벽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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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경 김모 씨(49)는 서울 외곽에서 일을 끝내고 승용차 편으로 귀경했다. 서울 진입 후 정체가 시작됐다. 김 씨는 예상보다 차량이 많은 데 크게 놀랐다. 차량 2부제, 공공주차장 폐쇄 등과 같은 미세먼지 저감조치의 영향으로 교통량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김 씨는 “성수대교에서 목적지인 강남구 역삼동까지 가는 데 평소보다 더 막혀 50분 정도가 소요됐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입구에서 차량 2부제를 어긴 차량 운전자가 “부득이하게 차를 갖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월 중순,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했다. 실제 도로 교통량은 1.7%만 감소했다. 효과가 미미했던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미세먼지 공습 기간에는 따로 교통량을 측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내부에서 배기 순환모드로 설정하면 미세먼지 유입을 어느 정도 막는다. 운전자는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셈. 다만 자동차 배기가스가 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높인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고통을 유발하는 셈이다. 그러니 이를 두고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신종 이기주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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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한반도 전역을 휩쓸었던 초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유입됐을 확률이 높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배창한 연구팀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관측장비가 측정한 먼지(에어로졸) 농도 데이터를 가공해 시각화한 결과 22, 23일 중국과 서해안에 머물던 고밀도 미세먼지가 24일 한반도로 이동하는 과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국에 항의해야 한다는 누리꾼들이 많다. 중국이 베이징(北京) 공장을 산둥(山東)반도로 옮기는 바람에 우리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로는 베이징 공장이 산둥성이 아닌 허베이(河北)성과 톈진(天津)으로 옮기고 있으며 산둥성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2013년 m³당 9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지난해 57μg으로 42% 줄었다”고 해명했다.
봄·겨울에 유독 국내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이 무렵 대기가 다른 계절보다 더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이 축적돼 고농도 미세먼지 형태로 한반도 전역에 넓게 퍼진 기간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에서 배출하는 매연, 농촌에서 태우는 연기 등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 중국을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노력이 빛을 본 사례도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경유차 사용 억제 정책을 폈는데, 그 결과 2002년 m³당 27μg 수준이었던 도쿄의 미세먼지 평균치가 2015년에는 13.8μg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수도권에서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경유 차량으로 지적된다. 다만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공장과 같은 사업장이 가장 큰 배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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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를 체계적으로 측정한 게 2015년 이후이며 사실은 그보다 30여 년 앞선 1980년대에도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고 주장한다.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당시에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농촌에서도 볏짚을 태우면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오염물질이 축적돼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인공강우를 내려 미세먼지를 날리는 방법을 썼다. 국내에도 이 방법을 쓸 수 있을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검토 중이지만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려는 노력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물론 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실질적인 미세먼지 감축 방안을 내놓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