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구 청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나랏빚과 연금충당금에 대한 공표는 정부가 재정을 운용할 때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개념과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현 시점에서 반드시 명확하게 짚어야 할 것은 많은 국민이 나랏빚(국가채무)과 국가부채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금충당금을 일반적인 채무와 같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2011년부터 발생주의 회계원칙을 도입한 국가회계기준에서는 자산, 부채, 순자산 등이 담긴 재정상태표를 작성할 때 부채 항목에 장기충당부채를 넣었다. 장기충당부채에는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될 연금의 추계액 등을 반영한다. 문제는 고용주인 정부가 피고용자인 공무원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연금충당금을 계산해서 반영하는 것은 다른 유동부채 및 장기차입부채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이런 연금충당금의 개념에 대한 오해가 자리 잡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성격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원래 일반 기업의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처럼 인사상 목적을 달성하려고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국민연금처럼 사회보장적 성격의 연금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다.
사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고용주인 정부가 민간 기업처럼 전액 부담해서 법정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의 퇴직수당은 민간 기업 법정퇴직금의 최대 39%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재정에 대한 정부의 보전금을 고용주인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고 인식한다. 이런 오해에 더해서 연금충당금을 국가채무로 간주하는 것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연금충당금의 성격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진재구 청주대 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