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람들에게 조국은 감사한다”란 현판 문구가 알려주듯 판테옹은 프랑스식 현충원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 73명의 납골묘 앞엔 1년 내내 꽃이 끊이지 않는다. 사상가 볼테르와 장자크 루소의 납골묘는 토론이라도 하라는 듯 마주 보고 있다. 본인의 업적으로 묻힌 여성은 노벨상을 받은 폴란드 태생 마리 퀴리가 유일해 “프랑스엔 위인이 남성밖에 없는가”란 비판도 이따금씩 나온다.
▷영국에선 런던 한복판 왕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위인들이 영면에 드는 장소다. 웨스트민스터궁(국회의사당) 서쪽에 1050년 건립된 후기 고딕 양식의 사원에는 역대 왕과 여왕, 8명의 총리, 제프리 초서 같은 시인, 명배우(로렌스 올리비에) 등 3000여 명이 잠들어 있다. 그러나 이런 ‘영광의 안식처’를 거절한 사람들도 있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부모 무덤 곁에 묻히길 원했다. 사원 정문에 “윈스턴 처칠을 기억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유다. 전자기 유도 법칙과 벤젠 발견 등 과학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왕립연구소장 마이클 패러데이는 ‘사후 안장’을 직접 제안한 빅토리아 여왕에게 “작은 공동묘지에 묻히길 원한다”며 대신 가난으로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과학 강연을 지원해줄 것을 부탁했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