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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행복지수 1위’ 북유럽의 속살

입력 | 2018-03-03 03:00:00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마이클 부스 지음/김경영 옮김/552쪽·1만8500원/글항아리




양성평등, 사교육, 저출산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북유럽이다. 덴마크는 1973년부터 행복지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웨덴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핀란드는 삶의 질, 노르웨이는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다. 이쯤 되면 지구상에서 유토피아에 가장 근접한 곳은 북유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유럽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인데 장밋빛으로만 채색돼 있을까. 영국인인 저자는 10년간 북유럽에 거주한 경험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과 실시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유럽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알고 보면 북유럽은 의외의 모습이 많다. 술에 관대하고 흡연율이 높은 덴마크는 암 발병률이 10만 명당 326명으로 세계 1위다. 덴마크에 살 때 저자는 아들의 눈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응급실을 찾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 진료를 받지 못한다. 비용 절감 정책 때문이란다. 저자는 “다음부터는 누가 다치기 전에 예약을 하고 올게요”라며 혀를 찬다.

핀란드는 서유럽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고 총기 소지율은 미국 예멘에 이어 세계 3위다. 폭음을 일삼으며 자살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향정신제, 인슐린, 항우울제다. 석유로 부를 확보한 노르웨이는 생산인구의 3분의 1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의 독해력, 수학, 과학 실력은 유럽 평균을 밑돌고 이는 지난 10년간 더욱 악화돼 왔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느 사회나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북유럽인은 삶의 자율성이 높고 탄탄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안심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만은 분명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가 생생함을 더하는 한편 북유럽 각국의 역사와 사회적 특징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민얼굴을 마주한 기분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