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논설위원
졸지에 실험장 된 한국경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정책은 최저임금, 비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이런 정책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나 그 회사 노동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 폐쇄 직전에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노동자도 1년 연봉이 평균 8700만 원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잔업 특근이 줄어들어 집으로 가져갈 돈이 적어진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마저 있다.
이제 정책 집행 초기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가 관심이다. 직원 해고로 대응하는 사업장도 있을 것이고, 오른 최저임금을 주면서 끌고 가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더 이상 기업 못 하겠다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임금이 오르고 정규직이 된 근로자들이 소비를 늘려 얼마나 경제가 살아날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임금이 올라 소비가 늘고, 투자와 생산이 늘어, 다시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흐를 수도 있다. 아니면 고용만 줄고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더 고착시켜 한국경제를 저성장의 늪에 빠뜨릴 수도 있다.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경제학계의 주류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가파르게 기울고 있다. 이달 초 강원대에서 열린 경제학공동학술대회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같은 잘못된 개념에 집착하는 청와대 참모진” “이러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된다”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발표가 쏟아져 나왔다. 반대 논리는 소수로 묻혀 버렸다.
브레이크 밟아야 할 때다
운전석에 앉은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 브레인들이 방향을 틀 생각이 없다면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길게 본다면 지금처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게 실험의 실패 위험을 줄이고, 졸지에 실험 대상이 된 국민을 덜 불안하게 하는 최소한의 방안이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각종 ‘빈곤의 경제’가 현실을 무시한 채 이념에 치우쳐 대한민국 전체를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의 빈곤’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