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 의료법 위반
A는 어느 날 남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명절을 맞이해 할인 행사를 하자 이곳에서 좋은 정보는 널리 알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운영하는 한의원이 잘 되기를 바라는 내조의 마음이 가장 큰 동기가 되었지만 할인 정보나 좋은 한약에 대한 알림은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A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지인들은 물론이고 인터넷 카페에서 나눔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한의원의 할인 정보 및 한약의 간단한 효용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보낸 뒤 A는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한의원 광고 문자를 보낸 것은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민형사상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A는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해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몹시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A의 내조, 과연 위법일까요?
우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수집·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입니다. 이 법에서는 벌칙 규정을 통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이 법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한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범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내지 제74조).
아마 A에게 전화를 건 상대방은 A가 물건의 나눔이라는 목적에서 수집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라는 개인정보를 한의원 광고라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범죄라고 주장한 것일 것입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 제8조 제1항, 제2항, 제19조)
다음은 의료법 위반 여부를 살펴볼까요?
의료법 제56조는 ‘의료광고의 금지 등’이라는 제목으로 의료법인이나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의료법 제89조 제1호). A 자신은 한의사가 아니므로 의료법을 위반하여 광고한 것이 아닌지 문제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A의 경우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 의료법 제56조 제5항은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구체적인 기준 등 의료광고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규정된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은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구체적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기준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아니한 신의료기술에 관한 광고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이 질병 치료에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거나 환자의 치료경험담이나 6개월 이하의 임상경력을 광고하는 것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이 다른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것과 비교하여 우수하거나 효과가 있다는 내용으로 광고하는 것 △다른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 방법에 관하여 불리한 사실을 광고하는 것 등이 금지되는 의료광고입니다.
A의 문자는 단순히 보편화한 한약의 효능을 설명하고, 할인 정보를 안내하는 정도에 불과하므로 의료법령에서 금지하는 의료광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A의 문자가 불쾌했을 수는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보니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공해일 뿐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A에게 불쾌함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A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위자료 운운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무고, 더 나아가 공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