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째 공석 CIO 공모 나섰지만 “정치권 외풍에 독립성 취약… 짧은 임기-실적 압박도 부담” 물망 오른 인사들 대부분 고사… 주요 투자결정 공백 커질까 우려
하지만 기금 운용의 취약한 독립성, 단기 실적 압박 등의 이유로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CIO 자리를 고사하고 있어 인선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달 5일까지 신임 CIO 후보를 공모한다고 19일 밝혔다. CIO의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기금 운용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국내외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은 6.50%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민 노후자금 관리를 위해 신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본부장 공백이 가장 여실히 드러난 분야는 대체투자 부문이다. 대체투자는 대규모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 대출을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 책임자인 본부장의 판단이 중요하다.
CIO의 오랜 공석으로 기금운용본부는 해외 사모펀드 경영진이나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등과의 회의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사업 계획을 취소하거나 논의를 잇달아 중단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방한한 미즈노 히로 일본공적연금(GPIF)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과 전략적 제휴를 위해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관리자가 바뀌면서 만남이 취소됐다”며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공적 연금 운용자의 오랜 공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사장은 “역량이 검증된 인사들에게 제안이 있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고 들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기를 최소 5년 이상으로 보장하고 투자 결정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 형식의 CIO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일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해외 주요 연기금처럼 최고의 투자 책임자를 업계 최고 조건으로 초빙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