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13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에 관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도 “무엇을 얘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대화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대의 압박을 알리는 차원에서 탐색 차원의 북-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미묘하지만 잠재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기류 변화는 어디까지나 대화 방식에 관한 것일 뿐 대북정책 방향이나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일단 만나 서로 할 얘기를 해보자는 유연한 태도로 바뀌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북-미 대화의 시작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2, 3개 대화 채널 가동’을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라며 면박을 줬고,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첫 만남’ 언급에도 백악관은 급제동을 건 바 있다.
미국의 유연한 접근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급진전과 문재인 정부의 중재 노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며 안심시킨 것이 주효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갈수록 옥죄어 오는 제재의 압박에서 탈출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김정은으로선 문 대통령이 손을 잡아끌어 마지못해 따라나서게 모양새라도 연출해 주길 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