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소설 펴낸 송호근 교수 “민족의 정체성 고민 소설가 김사량, 분단후 인민군 종군작가로 변신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는지 궁금… 동아일보 기자 아들 등장시켜 추적”
소설 ‘다시, 빛 속으로: 김사량을 찾아서’를 출간한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12일 “박경리의 역사적 울혈, 백석의 토속적 감성, 김승옥의 근대적 감각의 원형이 김사량의 작품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두 번째 장편소설 ‘다시, 빛 속으로: 김사량을 찾아서’(나남)를 출간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62)는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사량(1914∼1950)은 일본어와 한국어로 하층민의 삶을 기록하며 민족의 정체성을 고민한 작가로, 분단 후 인민군 종군작가가 돼 한국 문학사에서 잊혀졌다. 김사량의 질문은 송 교수에게 지금도 유효하다. 김사량이 26세 때 쓴 단편소설 ‘빛 속으로’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김사량이 쓴 종군기는 전투적 용어로 가득 차 있었다.
“10년 만에 김사량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건지, 예술을 총으로 만든 사회주의 체제의 결과물인지…. 그 과정을 상상해 봤습니다.”
‘다시…’는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인 주인공이 아버지 김사량의 행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송 교수는 민족의 정체성 상실과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김사량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가 왜 학문이 아니라 소설로 이를 풀어냈을까.
“논리만으로는 이념적 대치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의 상태, 민족의 원류를 찾아가다 보면 해결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상상력이 필요한 지점이죠. 이런 의미에서 사회과학이 끝난 지점에 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부분이잖아요. 남북 문제는 이념보다는 민족적 동질성에 대해 생각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지난해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신헌을 그린 소설 ‘강화도’를 내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그는 베이비부머가 주인공인 소설도 2년 정도 후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의 내면을 개성 있는 언어로 그리는 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요. 외로운 작업이지만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때는 행복해요. 올림픽 개회식에서 정선아리랑과 빛을 버무려 멋지게 표현했더라고요. 그런 종합적인 감성을 언어로 전환하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