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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김소정]아동복지교사 정규직 전환… 전문성 기를 환경 만들어줘

입력 | 2018-02-13 03:00:00


김소정 세종시 아동복지교사

아동복지교사들은 지역아동센터에 파견돼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아동들을 오랫동안 돌보고 지도하는 일을 한다. 아동과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절실하다.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정서 불안과 기초학습 부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등을 보이기도 한다. 공부를 가르치고 손톱을 깎아주며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내 아들딸’이 된다.

지난해 근무했던 모 지역아동센터에 정민이(가명)라는 아이가 있었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정민이는 안타깝게도 ADHD 판정을 받고 난독증까지 보여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정민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단어카드를 읽게 하고 내 아들처럼 살뜰히 보살폈다. 정민이는 엄마처럼 잘 따랐고 기특하게도 2, 3개월 만에 100가지 단어를 읽게 됐다. 겨우 자신의 이름 석자만 알았던 정민이에게 큰 변화였다. 마지막 출근하던 날 정민이에게 “선생님이 내년에는 아동복지교사를 못할 수도 있어”라고 말했더니 정민이는 막무가내로 “저도 선생님 따라 갈 거예요”라고 말하며 내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올해 채용에서 탈락해 정민이를 못 볼 수도 있었다.

아동복지교사는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기간제 근로자다. 매해 12월이면 서류 및 면접전형을 치러야 한다. 불합격하면 재계약을 할 수 없을 때가 자주 발생했다. 필자도 교육청 산하 교육복지사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은 적도 있었고 대부분의 아동복지교사도 나와 비슷하게 이직을 고려했을 것이다.

또 2009년 아동복지교사를 시작해 10년이 흘렀는데 월급은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세금 떼고 손에 들어오는 월급은 10년째 겨우 80만 원 정도다. 사회복지 및 청소년·아동 전문가로서 전문성은 인정되지 않는 금액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다 보면 업무 외의 일을 할 때도 많다. 직접 차량을 운전해 아이들을 귀가시키고 간식을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때면 참담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세종시의 아동복지교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전국적으로 전환이 순차적으로 추진된다고 했다. 고용 불안 해소와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니 정말 감사했다. 또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 안정과 함께 급식비, 직무수당, 가족수당 등 여러 복지 혜택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며칠 전 센터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정민이가 선생님 보고 싶다고 울었어요. 언제쯤 다시 센터에 오시나요?” “이제 60세까지 아동복지교사를 할 수 있으니 내년에라도 정민이 만날 수 있어요.” 정민이가 아직 문장을 읽을 정도는 아니라 아쉬웠는데 동화책도 잘 읽도록 지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 필자를 비롯한 아동복지교사들은 안정된 여건에서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소정 세종시 아동복지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