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정치부장
‘평양 공주’ 김여정이 돌아가고 이젠 ‘워싱턴 공주’ 이방카 차례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 즈음 온다고 하니 2주도 안 남았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명을 받아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고 우리는 국빈급으로 대접했다. 백악관은 문 대통령 의중이 궁금하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는 이방카가 온다.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트럼프에게 설명하려는 청와대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손님도 없다.
문제는 이방카를 어떻게 대접할 것이냐다. 김여정이야 같은 한국 음식 먹고 말이라도 통했다지만 이방카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방카의 몇 가지 키워드만 알아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하는 취재차 수년간 이방카를 관찰하며 결론 낸 것이다.
②이방카는 스포츠광이다=기자는 이방카를 2016년 7월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처음 봤다. 트럼프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마지막 연설자로 나왔다. 그해 3월 셋째 아들을 출산한 지 4개월 후였다. 그런데도 분홍색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나왔다. 미 언론은 그 사진을 대서특필하며 이방카가 어떤 운동을 하는지 보도했다. 이방카는 봄가을엔 골프를, 겨울엔 스키를 즐긴다. 방한 전 평창 설질(雪質)을 미리 알아볼 수도 있다.
③여성 일자리에 꽂혀 있다=이방카가 가장 최근에 낸 책은 ‘일하는 여성(Women who work)’이다. 일하는 여성이 세상을 바꾸고 가정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 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와 접점이 많다.
④가족이 1순위=여성 편력이 심한 아버지를 둔 탓인지 이방카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결혼한 뒤 줄곧 가족의 가치를 앞세웠다. 아이들 생일이면 스케줄을 쪼개 꼭 스파게티를 입으로 먹이는 이벤트를 갖는다. 힐러리는 일과 가정을 모두 잘 챙기는 이방카를 두고 대선 때 “트럼프가 자식들은 잘 키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 화두 중 하나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도 닿아 있다.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김여정도 그토록 잘 대접한 정부인데 조금만 준비하면 이방카 대접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행여 우리가 김여정 때와 달랐다는 말이 나오면 민감한 시기에 의외로 곤란해질 수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평창에 재를 뿌리고 갔다”는 청와대 주변 말들이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남북 정상회담 이슈는 100m 달리기가 아니다. 긴 호흡으로 한미 공조 아래 평양을 관찰해야 한다. 김여정을 잘 대접했으니 이방카도 잘 해 보내는 게 일의 순서다. 이방카 입에서 ‘환대(warm hospitality)’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이런 일로 트럼프가 토라지면 우리만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