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벌롬’ 연주자 못구해 대타 투입… 지휘자 피셔 “좋은 연주에 감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개인 연습 중인 최휘선 씨. 국내 정상의 양금 연주자인 그는 전통음악실험단체인 ‘카인’ 동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날 서울시향 단원 90여 명은 9,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 꿈’ 가운데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티외(1916∼2013)의 ‘꿈의 나무’ 리허설 중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호른, 봉고, 비브라폰…. 30여 종의 서양 악기와 호흡을 맞추던 최 씨는 “어안이 벙벙하다. 입양된 쌍둥이 언니 자리에 앉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민속악기 침벌롬.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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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바로 양금을 떠올렸어요. 양금과 침벌롬은 조상이 같고 소리도 똑같거든요. 12세기 고악기인 서유럽의 덜시머(dulcimer)가 동유럽에선 침벌롬으로, 동양에서는 양금으로 변형됐죠. 덜시머의 조상은 고대 페르시아 악기인 산투르(santur)입니다.”
악기 편성의 결정권을 쥔 지휘자 피셔 씨도 흔쾌히 악기 변경에 동의했다. 다음은 양금 연주자를 찾을 차례. 오 씨와 알고 지내던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 씨가 최 씨를 적극 추천했다. 북한과 인접해 개량 국악기가 발달한 옌볜(延邊) 출신의 실력파였다.
6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 인턴 단원으로 활동한 최 씨는 “늘 양금의 동양적인 면을 부각하려 애썼는데 이번엔 상황이 반대가 됐다”며 “연주법이 조금 다르지만 최대한 침벌롬 느낌을 살려서 연주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음악의 테두리에 있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인 덕분에 양금이 이 무대에 오르게 된 게 아닐까요. 한국에서 양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