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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들, 물건에 마음을 건네다

입력 | 2018-02-07 03:00:00

조상들이 물건에 새긴 글 주목한 ‘명, 사물에 새긴 선비의 마음’ 출간




‘귀한 예복도 네가 간직하고 허름한 도롱이도 네가 간직하지. 말끔한 옷이라고 좋아하지 않고 남루한 옷이라고 싫어하지도 않는다네’(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중)

옷장은 누구나 매일 보는 사물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에겐 색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어떤 옷이든 넉넉하고, 공평하게 받아들이는 옷장의 모습을 이같이 표현한 것.

정조 때 재상을 지낸 채제공(1720∼1799)은 ‘붓’의 역할에 주목했다. ‘너를 잘 사용하면 천인성명과 같은 심원한 이치 모두 묘사할 수 있지/너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충의와 사악, 흑과 백 같은 양극단 모두 뒤바뀌고도 남지’(번암집·樊巖集 중)

이처럼 우리의 조상들은 아끼던 물건에 글을 새겨 넣는 ‘명(銘)’을 즐겼다. 최근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출간한 ‘명, 사물에 새긴 선비의 마음’(사진)은 정도전, 이황, 이익 등 고려와 조선시대 선비들이 남긴 명 60여 편을 모아 담았다. 그릇, 목침, 부채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을 성찰했던 옛 선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전문위원으로 일했던 임자헌 씨가 글을 썼고, 정민주 씨가 그림을 그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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