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5시 반 ‘황제’와 준결승 랠리 길게 가져가 지치게 하고 한 템포 빠른 서브에 대처하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세계 랭킹 2위 페더러는 24일 8강전에서 토마시 베르디흐(체코·세계 20위)를 3-0으로 꺾었다.
테니스에선 보통 경기 방식에 따라 선수를 두 유형으로 구분한다. 서브와 발리에 강한 선수와 정확하고 강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긴 랠리에서 승부를 보는 베이스라이너(baseliner·코트의 경계선에서 플레이)가 그것이다. 전자는 주로 서브로 상대 선수를 흔든 뒤 네트로 빠르게 접근해 발리로 마무리 짓는 스타일이다. 정현의 8강 상대였던 테니스 샌드그런도 이 유형에 속한다.
페더러는 두 유형의 경기 방식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코트 코너에 내리꽂는 포핸드 공격은 테니스 역사상 최고로 손꼽힌다. 여기에 한 손으로 공을 받아치는 페더러 특유의 백핸드는 그가 “품격이 느껴지는 테니스 황제”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
다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체력 부담으로 위력적인 서브를 앞세워 7구 안에 승부를 보는 플레이를 선호하고 있다.
박 단장은 “최근 페더러가 초반에 승부를 거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며 “특히, 페더러의 서브는 토스가 낮고 빨리 공을 쳐내 방향 예측이 힘들다. 여기에 서브 코스도 날카로워 이를 잘 받아칠 수 있어야 정현이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갑택 명지대 교수(전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 또한 정현이 페더러의 빠른 템포 공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교수는 “정현은 스피드와 파워는 페더러에게 밀리지 않는다”며 “페더러처럼 한 템포 빠른 공을 치는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정현이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더러는 24일 인터뷰에서 “정현과 경기를 해본 적은 없다. 새 스타의 출현이다”고 상대를 치켜세운 뒤 “그는 잃을 게 없고 나는 지켜야 한다. 결과가 어떨지는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