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PC ‘동향파악 문건’ 후폭풍
○ 암호 파일 개봉 또 다른 쟁점
이날 법원에서는 추가조사위가 확인하지 못한 760여 개의 암호 파일을 열어야 할지를 놓고 판사들이 대립했다.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760여 개 중 300여 개는 삭제된 파일이어서 복구해도 파일명조차 확인할 수 없지만 나머지 460여 개는 정상 파일로 암호만 해독하면 열 수 있다.
암호가 있으면 열 수 있는 파일 중에는 ‘(160407)인권법연구회_대응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검토[임종헌 수정]’ ‘인사모 관련 검토’ 같은 이름의 5개 파일이 있다. 진보적 성향의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동향을 기록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인사모’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소모임인 ‘인권을 사랑하는 판사들의 모임’의 약자다.
○ “사법개혁 신호탄” vs “판사 비위 나오면 부작용”
김명수 대법원장(59·15기)은 23일 오전 출근길에 “일이 엄중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에 담화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법원 일각에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초기 내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왔다. 향후 추진할 사법개혁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서라도 양승태 대법원장(70·2기) 시절에 이뤄진 법원행정처의 문제를 적당히 덮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것.
예컨대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때 인사모 소속 판사들이 “우리는 A 판사를 밀기로 했다”며 동료 판사들에게 식사를 접대한 것이 알려져 당시 법원행정처가 ‘의장 경선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만약 3차 조사에서 이 사안을 기록한 다른 파일이 발견돼 실제 문제가 된 일부 판사의 행동이나 발언이 공개된다면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추가조사위가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는 청와대 측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구속 기소)의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동향이 적혀 있다. 대법원 재판이 청와대의 압력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김 대법원장을 뺀 13명의 대법관은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이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