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역사적인 경기를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본 이형택(왼쪽) 이사장은 “이제 정현은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며 진심이 담긴 격려를 전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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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역사가 새롭게 써지는 그 순간, ‘전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형택(42·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사장은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끝에 깨진 자신의 기록을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냈다.
이 이사장은 현역으로 뛰던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에 두 번이나 진출해 한국 테니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이 2018호주오픈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한국 테니스선수들 중 마지막으로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16강에 올랐던 ‘레전드’다. 22일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출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따돌린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세계랭킹 97위·미국)과 8강전을 치른다.
이 이사장은 정현이 자신을 넘어서는 순간을 한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한국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위해 캘리포니아 현지 업무를 보던 그는 시차로 인해 밤을 새워가며 경기를 봐야 했지만, 중계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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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이 이제 4강 진출을 노린다. 2018호주오픈 16강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미국)과 준결승행을 놓고 다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코비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데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이사장은 “조코비치를 16강에서 꺾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다. 부상이 있었다지만 1회전도 아닌 4회전(16강)까지 올라온 선수다. 본인도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렸던 상태란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코비치의 팔을 아프게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그만큼 강한 스트로크로 압박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정현의 빈틈없는 플레이가 조코비치의 경기 운영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샌드그렌과의 8강전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이사장은 “정현이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본다. 샌드그렌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기복이 있는 선수다. 반면 정현은 자신의 플레이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의 순항을 예상하는 이유로는 ‘자신감’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호주오픈에서 가장 많이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를 꺾었다. 정현은 자신감이 붙을 대로 붙은 상태다. 8강에서 이기면 이후 로저 페더러를 만날 수도 있는데, 지금의 정현이라면 누구와 붙어도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후배를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부상을 조심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정현이 한참 컨디션이 좋다가도 부상으로 주춤하는 경우가 있었다. 몸 관리를 잘해 큰 부상 없이 오랫동안 투어를 다녔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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