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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기 전,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수치를 살펴봐야 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미세먼지에는 국경이 없을 뿐 아니라 실내외 경계도 없다. 작은 미세먼지는 창문을 닫아놓아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커피의 위험성에 비교하며 그 심각함을 부정하거나 애꿎은 고등어 탓을 하며 원인 규명을 흐리려 했다.
이에 환경재단은 4월 5일 한국 및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소송을 제기했다. 미세먼지가 악화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촉구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전문가, 시민 91명이 원고로 동참하면서 국내 첫 미세먼지소송으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원고 한 명당 위자료 300만 원을 청구했다.
9월 피고 한국 정부의 소송대리인은 법원에 두툼한 답변서를 보내왔다. 내용은 원고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원인을 파악하고 꾸준히 대책을 마련해왔다고 제시한 증거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환경부 보도자료 43개였다.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 논란과 관련된 과학적 이견은 아예 외면했다. 대책이라고 늘어놓은 건 예산 증가, 측정소 확대, 결과 없는 한·중·일 협력 등이었다.
원고 대리인단은 전문가들과 함께 정부의 답변서 및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신청 등을 통해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갈 것이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바꾸고 국민 모두가 더욱 경각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지현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