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꿈을 담은 교실’ 가보니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용암초 ‘꿈을 담은 교실’에서 1학년 학생들이 집 모양의 구조물 안에 설치돼 있는 무대와 바닥에 다양한 자세로 앉아 교사가 읽어주는 책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칠판 앞에 서 있는 교사, 일렬로 배치된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을 떠올리기 쉽지만 용암초 1학년 교실의 수업 풍경은 달랐다. 교사는 교실 오른편에 있는 천장 높이 집 모양의 구조물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읽었다. 학생들은 구조물 안에 설치돼 있는 무릎 높이의 무대나 바닥에 앉아 교사를 바라봤다.
교사가 책 읽기를 끝내자 학생들은 무대에 앉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교실 뒤편 매트 위나 바닥에 앉아 블록쌓기 놀이를 했다. 무릎을 굽히고 앉은 학생, 양반다리를 한 학생 등 자세가 제각각이었다. 책상에 앉는 학생은 없었다. 바닥에선 온기가 느껴졌다. 학생들은 실내화가 아닌 양말만 신고 있었다. 교실 바닥에 온돌이 설치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용암초 1학년 교실은 ‘꿈을 담은 교실’로 불린다. 이 교실은 획일화된 기존의 학교 공간을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사업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서울시가 35억 원, 시교육청이 18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교실 한 곳당 평균 5000만 원을 지원해 20개 초등학교가 1, 2학년 교실을 중심으로 바꿨다.
꿈을 담은 교실의 실내 디자인은 학교마다 다르다. 20명의 건축가가 각자 학교 한 곳씩 맡아 진행했다. 건축가들은 설계 단계에 자신이 담당하는 학교의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천장에 환기설비를 설치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사의 책상을 칠판 앞이 아닌 복도 쪽 창 옆으로 옮긴 곳도 있다. 학생들은 복도 쪽 창을 향해 앉아 ‘교실 앞 칠판, 교실 뒤 게시판’이라는 위계를 없앤 것이다. 바퀴를 단 수납함을 만들어 의자로 활용하거나 네다섯 개를 모아 붙이면 단상으로 쓸 수 있게 한 학교도 있다.
용암초에 집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면 서울 마포구 한서초에선 벌집 모양의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교실 오른편 벽면에 있는 벌집 구조물의 일부는 수납함과 작품 전시대로 쓰인다. 벌집 아랫부분에는 학생 두 명이 들어가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교실 뒤편엔 매트와 함께 별도 조명이 설치돼 있다. 벽에는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비롯해 수업활동 결과물들이 붙어 있었다. 이 학교 2학년 송윤서 양은 “작품들을 붙여 놓고 불을 켜면 꼭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는 거 같다”며 “내가 그린 그림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꿈을 담은 교실 사업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1, 2학년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올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다가 처음 학교를 경험하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학교 공간은 경직된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꿈을 담은 교실 교사들은 “교실 공간이 바뀌면서 교육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문성초 2학년 김인원 교사는 “1, 2학년 수업에는 놀이 활동이 많은데 예전 교실보다 이동이 자유로워 아이들이 더 활발하게 참여한다”며 “일부 학생들은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공립 초등학교는 올해 기준 총 560개로, 이 가운데 1, 2학년 교실은 5636개다. 이 중 1.7%인 96학급만 꿈을 담은 교실이 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을 좀 더 확보해 내년에는 꿈을 담은 교실 사업에 10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라며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교에도 다양한 공간을 만들려 한다”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