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차장
과연 그럴까. 요즘 느끼는 기업들 분위기는 ‘한국은 원래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인데 겨우 법인세 하나 오른다’는 게 아니다. ‘한국은 원래 기업 하기 나쁜 나라인데 이제 법인세율마저 더 높아진다’는 게 현실과 좀더 가깝다. 해외 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규제개혁은 모든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처럼 정권의 간판 역할을 한 캐치프레이즈도 있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달라진 게 없다. 한 규제에 직간접으로 관여된 수많은 공무원 중 누구 하나만 브레이크를 걸어도 논의는 중단된다. 규제를 없애려고 만든 보고서는 누군가의 서랍 속에 처박혀 있다가 담당자가 바뀌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잊혀진다. 낙타(규제완화 법안)가 어렵게 바늘구멍(정부)을 통과해도 또 하나의 벽(국회)에 막히기 일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김 부총리에게 “15년 이상을 각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했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노동시장에 매력을 느껴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세상에 없다. 이미 들어와 있는 기업 중에도 강성 노조의 끝없는 투쟁에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곳이 나오고 있다. 10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은 137개 국가 중 26위였다. 2007년 11위에서 2014년 26위까지 미끄러진 뒤 4년 연속 제자리다. 노동시장 효율이 하위권인 73위에 머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관련 보고서를 낼 때마다 단골로 언급하는 주문이 노동개혁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 권고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보고서에 민감하다. 투자처를 결정하는 주요 잣대로 활용한다.
나라 경제의 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국내 기업 환경에 대한 지나친 ‘자기 비하’나 ‘비관론’을 경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해도 오랜 기간 국내외에서 일관되게 지적돼 온 문제들은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필요하다면 궤도도 수정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오히려 이번 정권이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반대편을 설득하기보다 자기편을 설득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는 논리에서다.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중도좌파 성향이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도 노동개혁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