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고준희 양(5)이 실종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경찰은 현재까지 어떠한 단서조차 잡지 못해 강력사건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고 양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언론을 통해 “인원을 더 보강해 수색반경을 넓혀 고 양의 행방을 찾고 있다”며 “외부침입 등 강력사건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다방면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양이 사라진 때는 지난달 18일이다.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고 양은 전북 전주시에서 새 외할머니(양어머니의 모친)인 김모 씨(61)와 함께 살았다. 친아버지 고모 씨(36)와 양어머니 이모 씨(35)는 전북 완주군에서 따로 살았다. 이 씨의 친아들과 고 양이 자주 다툰다는 이유였다. 고 씨와 이 씨가 사실혼 관계인지라 이 씨는 고 양의 법적인 어머니는 아니다.
김 씨와 이 씨는 이를 알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씨는 이 사실을 지난 8일에야 뒤늦게 경찰에 알렸다. 고 양이 사라진 지 20일 만이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잠시 내 딸(이 씨)을 데리러 간 사이 아이가 사라졌다. 아이 아빠가 데리고 갔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딸이 남편과 통화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 양을 홀로 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김 씨 등 일가족 3명에 대한 입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이후 고 양이 집 밖을 돌아다닌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고 양이 살던 집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고 양을 봤다는 목격자나 고양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날부터 고양을 찾기 위해 경찰 가용인력과 의용소방대원, 헬기, 구조견 4마리까지 동원해 수색작업에 나섰다. 이후 15일부터 소방당국과 함께 수색인력을 총동원해 고 양 실종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전단지 4000여장을 지구대와 파출소에 배포했다. 경찰과 소방은 전날인 18일 수색반경을 넓혀 고양이 살던 집 근처에 있는 아중저수지에서 보트 2대와 수중 영상검색 장비를 활용해 수중수색까지 벌였다. 더불어 헬기와 23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기린봉 자락 수색도 재개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색에도 어떠한 단서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친외할머니, 친외할아버지의 주장은 달랐다.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고 양의 친외할아버지는 “(고 양이) 똑똑하고 애교도 부린다. 어려도 뭐 갖고 오라고 그러면 심부름도 잘 하고 어디에 내놔도 부족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고 양의 친외할머니는 “말도 잘 하고 아주 영리하다. 아빠 전화번호도 또박또박 외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경을) 말도 못 한다. 아동 실종이라는 건 텔레비전에서나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 우리 준희 어디 있나 꼭 좀 찾아주시라”고 토로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