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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의 성장통…“외국인 벽 넘어야 산다”

입력 | 2017-12-15 05:45:00

프로 2년차인 이종현은 데뷔 시즌에 비해 모든 기록이 하락했다. 외국인선수들과의 매치업에 따른 부담이 경기력 저하의 요인이다. 이종현은 고려대학교 선배 이승현을 롤모델 삼아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사진제공 | KBL


■ 이종현 “참 어려운 상대 외국인 센터 수비…이승현 선배처럼 연습 또 연습”

“내가 뚫리면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심리적 부담
상대 외국인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승현이형 존경”


이종현은 지난해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드래프트에 앞서 열린 순위 추첨식에서 1순위가 나오자 환호하던 현대모비스 유재학(54) 감독은 우승할 때보다 더 기뻐했다. 최대어로 꼽힌 이종현을 뽑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종현의 가치는 높았다. 그의 존재만으로 모비스는 최소 5년간 우승후보로 꼽힐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시즌(2016∼2017시즌)에는 평균 10.55점·8.0리바운드·2.2어시스트 2.0블록슛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부상 여파로 2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지만, 다음 시즌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데뷔 2번째 경기(2017년 1월 27일 창원 LG전)에서는 24점·18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최대어’의 위용도 뽐냈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프로농구 무대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14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 이전까지 이종현은 19경기에 출전해 평균 8.6 점·6.3리바운드·2.1어시스트·1.9블록슛을 기록했다. 기록이 올라가야 할 두 번째 시즌에 오히려 하락했다. 표정에서도 특유의 자신감이 사라졌다.

첫 만남부터 “농구를 너무 못해서 할 말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이종현이 부진한 반면, 드래프트 동기이자 친구인 최준용(24·SK)은 주가가 올랐다. 가드, 포워드를 오가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다. 이종현은 “(최)준용을 보면 부럽다. 즐겁게 뛰는 것 같더라.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준용이는 팀에 완벽하게 적응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BL


이종현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외국인선수들과의 매치업이다. 유재학 감독은 2명의 외국인선수(마커스 블레이클리, 레이숀 테리)를 모두 포워드로 선발했다. 이 때문에 상대 외국인 센터 수비는 고스란히 이종현의 몫이 됐다.

이종현은 “심리적인 부담이 크다. 작년에는 내가 뚫려도 뒤에 찰스 로드가 있어서 블록슛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내가 우리 팀의 최종수비수다. 내가 상대의 훼이크에 속으면 그대로 골로 연결이 되니까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종현의 고충을 가장 잘 알아주는 이는 고려대학교 선배 이승현(25·국군체육부대)이다. 그는 고양 오리온에서 데뷔한 2014∼2015시즌부터 3시즌 동안 외국인선수를 전담마크 해왔다. 이종현은 “매 경기 외국인선수들을 수비하면서 (이)승현 형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수비를 하면서도 38분씩 뛰지 않았나. 내가 겪는 어려움을 승현 형이 잘 이해해준다. 대표팀에서 같이 생활할 때 조언을 많이 해줬다. 시즌 초 외박 때 마침 승현 형의 휴가기간과 맞아서 만나기도 했다. 형과 같은 선수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며 멋쩍게 웃었다.

유재학 감독도 이종현의 활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는 “이종현도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 때 쉽게 농구를 하던 것이 몸에 배어있다. 오세근, 이승현과 같은 선수가 되려면 외국인선수와의 매치업에서도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센터를 뽑으면 이종현, 함지훈과 활동 반경이 겹쳐서 외곽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를 영입했는데, 수비 부담이 크다. 나도 여러 가지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기본적으로 종현이는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다.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울산|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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