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안네의 일기’로 알려진 난징 진링(金陵)여대 청루이팡(程瑞芳) 사감의 일기에 당시의 잔혹상이 나온다. 일제는 패잔병은 물론이고 무고한 양민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보이는 족족 살해했다. 기관총이나 수류탄으로 살해한 것이 신사적일 정도였다. 모조리 죽이고(살광·殺光) 불태우고(소광·燒光) 약탈하는(창광·창光) 일제의 3광(光) 작전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조차도 ‘야수의 행위’라며 규탄할 정도였다고 한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可以寬恕, 但不可以忘却).’ 2014년 중국 정부는 1985년 지은 난징기념관을 크게 확장한 뒤 관람 코스 벽면에 이를 크게 새겨 놓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4년 난징대학살 추모식을 국가추모일로 정하고 처음 참석했다. 2015년엔 관련 문건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난징대학살 80주년 대규모 추모식이 거행되는 오늘도 시 주석 등 공산당 서열 1∼4위가 추모식에 참석한다. 학살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포함해 바른 역사인식을 일본에 촉구하는 의미라지만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첫날과 겹쳐버렸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