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A25면 ‘자갈치서 싸우는 블랙 팬서’ 기사를 읽었다.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2,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고, 외국 영화 제작사들이 한국 관객을 염두에 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가 외국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되는 점은 여러 가지를 기대하게 하지만,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닐 수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 고갱의 타히티 섬 등 많은 곳이 유명 예술작품들에 등장하지만 그 때문에 그 나라가 예술적 성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 나온 ‘악당들은 왜 유독 한국에 자주 출몰하나?’라는 반응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영화 속 핵심 주류 국가의 도덕적 우위를 부각시켜 주는 보조 장치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갖고 있는 소비시장으로서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