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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포항 지진피해 현장에서 빛난 시민의식

입력 | 2017-11-25 00:00:00


포항 지진 피해자를 위한 임시 주거지가 마련된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열흘이 되도록 400여 명이 모여 지내고 있다. 비좁고 불편한 공간이지만 이재민들은 구호품과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들 곁에는 늘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어제는 일주일 늦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도 봉사에 참여했다. 이들 덕분에 한때 1000명이 몰려 있던 체육관은 늘 깨끗했다.

부서진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된 포항 이재민들은 너나없이 대피소 생활의 불편과 마음고생을 감내하고 있다. 파손된 집이 언제쯤 복구돼 되돌아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불확실한 미래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이재민들은 자신보다 더 힘든 이웃을 먼저 걱정하며 인내와 양보의 공동체의식을 발휘하고 있다. 고통과 절망,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시민의식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바탕이다.

우리 사회는 도를 넘는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엔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약자에 대한 보호와 존중심이 결여된 시민의식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담요를 모아 노인과 아이들을 먼저 챙기는 이재민들, 지친 이재민에게 무릎 꿇고 다가가 말벗이 돼 주는 자원봉사자들은 우리 사회가 그렇게 삭막하지 않음을 느끼게 해줬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아무리 부유한 국가, 효율적인 사회라도 올바른 시민의식, 튼튼한 공동체의식 없이는 온전히 지속할 수 없다. 포항 지진 피해 현장에서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상호공생을 위한 질서와 배려의 시민정신, 온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의식은 우리 사회가 한층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의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면 숱한 갈등 과제도 빠르게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