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내 학교’ 학생들 선호… 위장전입하고 학부모 집회까지 과밀학급 심각… 학교-부모 머리맞대… 협의체 “정원 115% 넘지 않게” 결론
‘팻말 들고 시위에 나서야 하나. 차라리 이사를 가버릴까….’
서울 강북구 삼각산동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난 10년 가까이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삼각산중학교 때문에 생긴 고민이다. 삼각산중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문제는 이 동네 초등학생들이 모두 삼각산중에 진학할 수 없다는 데 있다.
2003년 개교할 때 삼각산중은 전체 학생 수가 300명을 조금 넘었다. 그러나 이후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같은 학군의 영훈중이 2009년 국제중으로 전환하면서 삼각산중이 받을 수 있는 학생보다 삼각산동에 사는 초등생이 더 많아졌다. 2006년 345명이던 입학생은 2017년 45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반이 두 개 늘었음에도 학급당 학생 수는 38.3명에서 41.0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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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배정 시즌만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까지 부추기던 문제가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올 초 삼각산동 학부모와 삼각산중을 포함한 인근 초·중학교, 성북강북교육지원청, 시·구의회 관계자 등 10여 명으로 ‘삼각산동 중학입학 배정 협의체’를 구성해 6차례 회의를 한 끝에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협의체는 21일 삼각산동 학생이 삼각산중 학급 수용인원의 11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정받는다는 데 합의했다. 학부모들이 ‘전원 삼각산중 입학’ 요구에서 한발 물러섰다. 교육지원청은 삼각산중에 못 가는 학생들이 최대한 동네에서 가까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힘쓰기로 했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강북을)은 “이번 협의체가 지역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숙의민주주의 실험의 선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