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제일고 학생들이 만든 ‘마인드맵으로 펼친 나의 꿈’ 작품들. 김해제일고 제공
‘김해제일고등학교 교육 가족은 여러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경남 김해제일고 교문을 통해 올라오는 등굣길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다. 현수막 옆에는 이 학교 학생들이 만든 ‘마인드맵으로 펼치는 나의 꿈’과 담임선생이 응원해 주고 싶은 학생의 ‘꿈 명함’이 나란히 걸려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소망과 현재의 마음 상태를 솔직히 표현한 그림들이 가득한 등굣길은 ‘SKY대학 ○명 진학’류의 현수막이 걸려있기 십상인 다른 학교들의 풍경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 학교 신입생들은 3월 ‘진로와 직업’ 수업시간에 자신의 묘비명과 유언장을 쓴다. ‘죽음 교육’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진로교육의 특색 수업이다. 김기성 진로교사(46·사진)는 “사실 고1 학생들에게 죽음이라는 주제는 너무 무겁다. 그래선지 처음엔 놀라고 당황해한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절대적 상황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리란 생각에서 이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랑할 게 없어 스스로 자랑스러워한 소녀, 별이 되어 여기 잠들다’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쓴 김효주 양(1학년)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묘비명을 쓰면서 새삼 인생의 유한함을 느꼈다.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마인드맵은 학습내용을 뇌가 좋아하는 방사형으로 펼치고 가지를 연결해 이미지화하는 훌륭한 학습방법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면 한눈에 구조화되고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늘고 흥미도 생긴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은 진로시간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 학교는 매 학기 행복음악회를 열고, 교내에 설치된 갤러리에서는 매년 학생작품 1회, 기획전 4회를 연다. 또한 전교생이 가야금과 택견을 배우고 있다.
김해제일고는 학생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올해 교육부지정 진로집중학년학기제 연구학교에 선정됐다. 또한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리는 미래교육 박람회 진로맞춤형교육관에 경남대표로 참가한다.
김해진로진학교과연구회 사무국장이기도 한 김 교사에게 진로교육의 어려움과 보람을 물었다.
“성적+진로적성검사+에니어그램 성격유형 검사 결과를 종합해 학생들에게 학교보다는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주려 애쓴다. 진로진학 상담을 하기 한 시간 전부터 줄지어 서있는 학생들을 보면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반면 매년 10월경 1, 2학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3∼5일간 ‘학부모진로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도 막상 고3 때 ‘부모 위주의 진로결정’을 할 때는 안타깝기만 하다.”
손진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