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김홍표 지음/336쪽·2만 원·동아시아
개념부터 살펴보자. 크리스퍼(CRISPER)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구조의 반복서열’을 뜻하는 영어의 첫 글자를 따온 말이다. 회문구조란 ‘소주 만 병만 주소’처럼 앞뒤로 읽어도 똑같은 구조를 뜻한다. 생물체의 DNA가 바로 이 같은 구조를 취하는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한 DNA만 잘라내고 이를 편집할 수 있는 특별한 효소다.
이에 앞서 1990년대에 ‘ZFN’과 ‘TALEN’ 등 1, 2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제3세대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이들보다 정확성과 효율성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동물뿐 아니다. 지난해 8월 미국 국립보건원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암 치료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겠다는 연구 제안을 승인했다. 과학계에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암, 파킨슨병 등 유전자와 결부된 수많은 질병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아직까지 초기 발전 단계로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생태계 교란, 윤리적·사회적 규제에 대한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최신 심층기술을 다루다 보니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혁신적인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교양서로 제격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