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입단한 매슈 민 리치
매슈 민 리치처럼 해외 무용수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물며 한국 무용수와 활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외국 동료들이 쇼핑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한국 패션이 유명하거든요. 제가 잘 활동하면 그 뒤로 동료들도 한국에 많이 올 것 같아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 미용실에서 잘랐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한국인 또는 미국인처럼 보인다고 하더군요. 한국, 미국 어디든 잘 어울릴 수 있잖아요.”
그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슈팅스타’ 무대에 선다. 입양인 출신인 그가 한국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첫 공연이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6개월 만에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고, 지난해 6월 부산국제무용제 공연으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중간 이름은 ‘민’이다. 양부모님이 ‘민’이 성이라고 생각해 중간 이름으로 넣은 것이다. “지난해 입양기관에 가서 제 서류를 찾아보고 민이 아니라 윤이 성인 것을 알았어요. 그동안 민윤영이 제 이름인 줄 알았던 거죠. 그만큼 한국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12세 때부터 재즈 댄스로 춤과 인연을 맺은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2005년 뉴욕의 시더레이크 컨템퍼러리 발레단에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2003년 창단된 시더레이크 발레단은 2015년 문을 닫을 때까지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무용수와 오하드 나하린, 지리 킬리안 등 세계적인 안무가와 협업하며 최고의 현대발레단으로 이름을 알렸다.
“10년간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과 함께 활동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2008년 시더레이크 발레단에 입단한 한국인 현대무용가 최수진을 만나면서 고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호기심을 키워 왔어요.”
그는 “해외에서 활동할 때는 제 검은 머리가 항상 튀었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거울에 검은 머리의 무용수만 보이니 무척 신기했다”며 “아직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나 저 자신도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생각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