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수소폭탄(ㅋ).” 이날 홀드왕으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른 진해수(31·LG)는 자학에 가까운 답변을 해놓고도 환하게 웃었다. 사회자가 진해수도방위사령관 등 좋은 별명 이외에 기억나는 별명이 무엇인지 짓궂게 물었을 때다. 자신이 ‘불을 지를 때’마다 송곳처럼 가슴을 후비던 말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하하하”라며 웃어넘길 수 있었다.
○…“제 동생입니다.” 3년 연속 도루왕 트로피를 안은 박해민(27·삼성)은 한참 어린 여동생을 옆에 두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오빠에게 꽃다발을 전해 주려다가 졸지에 수많은 관객 앞에 서게 된 어린 동생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박해민의 소감은 무거웠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다. 명가 재건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는 선수들이 있으니 지켜봐 달라.”
○…“모든 구단 팬들을 위해!” 세이브상을 받은 손승락(35·롯데)은 화제가 됐던 ‘엄지 척’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팬들은 선수들로부터 팬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 직후였다. 손승락의 엄지가 올라가자 이날만큼은 롯데 팬뿐만 아니라 시상식을 찾은 모든 야구팬이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