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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피아노로 연주한 ‘호두까기 인형’

입력 | 2017-10-31 03:00:00


미하일 플레트네프

클래식이 20세기 만들어진 대중음악 장르들과 다른 점은? “악보를 바꿀 수 없고 악보 그대로 연주한다는 점이죠!” 한 분이 대답합니다. 다른 분은 “악보 그대로만 연주하는데도 연주자마다 다른 느낌이라는 점이 더 매력 있고 신기해요!”라고 말합니다.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악보를 전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편곡’은 클래식에서도 예부터 흔했으니까요. 리스트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나 다른 선율들을 따와서 여러 개의 피아노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리스트의 이른바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작품들입니다.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하기도 합니다. 무소륵스키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관현악용으로 편곡했습니다. 선율과 화음은 같지만, 소리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죠. 화가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유화나 파스텔화 외에 흑백 판화로 보는 것과 비슷한 차이입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미하일 플레트네프도 편곡에 관심이 많습니다. 쇼팽이 젊은 시절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두 곡은 관현악 파트가 음향적으로 ‘아름답게’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죠. 그래서 플레트네프는 관현악 파트에 손을 댄 쇼팽 협주곡의 새로운 악보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플레트네프가 지휘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와 함께 이 버전을 음반으로 내놓았습니다.

수요일인 다음 달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 조지아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도 플레트네프가 편곡한 작품을 연주합니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화려한 관현악을 한 사람이 치는 피아노용으로 바꾸면 단조롭게 들리지 않을까요? 글쎄요, 편성의 크기를 늘리든 줄이든, 예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색과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편곡의 묘미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11월 7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박수진 & 이해영 피아노 듀오 연주회도 오케스트라곡으로 익숙한 곡들을 피아노 두 대를 위한 편곡판으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뒤카 ‘마법사의 제자’, 홀스트 ‘행성’ 모음곡 중 ‘금성’ ‘목성’ 등이 연주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