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링/켄지 요시노 지음/김현경, 한빛나 옮김/368쪽·2만2000원·민음사
‘커버링’은 주류와 비주류에 관한 사려 깊은 논의를 담고 있다. 게이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인 저자는 ‘더블 소수자’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뉴욕대 헌법학과 교수인 그가 로스쿨에 진학했던 것도 법이 자신을 무장시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꾸준히 분리되는지 설명한다. 예전에는 게이들이 정체성을 숨기고 살았다면 이제는 숨기지 않아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낼 수는 없다. 이를테면 동성 연인과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사교 모임에 파트너를 데려가는 것을 꺼리는 상황 같은 것들이다. 이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알게 모르게 받게 되는 불이익 때문이다. 이런 불이익은 판례로도 뒷받침된다. 법은 정체성을 차별하진 않지만 소수자들의 행위는 차별한다. 그 기저에 ‘동성애자로 사는 건 좋지만 나대지는 말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모두가 주류와 같아야 한다’는 동화주의적 사고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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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