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이 된 문정희 시인
문정희 시인은 기자가 건넨 빨간 장미를 보며 소녀처럼 좋아했다. 그는 중국, 일본의 시인들과 함께 주요 작품을 모아 내년 봄 ‘장미 시집’이라는 동인지를 출간할 예정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자그마한 꽃송이의 흑장미였어요. 내 이름을 딴 장미가 끊임없이 피고 지며 생명을 이어간다는 건 무한한 축복이자 행운이에요!”
트레이드마크인 머플러를 멋스럽게 두른 그의 두 뺨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이 대학이 그동안 개발한 장미에 붙였던 이름은 프랑수아즈 사강(프랑스), 안네 프랑크(유대계 독일인) 등이다. 모두 생명의 존엄과 평화를 아름답게 쓴 작가들로, 문 시인도 같은 이유로 선정됐다. 그의 대표 시선집인 ‘지금 장미를 따라’는 일본에도 소개돼 사랑받았다. 동명의 시는 그가 멕시코 여성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집에서 받은 영감을 풀어냈다.
“정확한 언어를 쓰겠다는 다짐이에요. 돌이켜 보니 시를 쓸 때 과장하고, 미화하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한 것 같아요. 정직하고 정확한 언어를 써야 시 정신이 늙지 않을 테니까요.”
“문학적 성취를 이루려면 한참 멀었어요. 시를 쓴 뒤 다시 읽어 보면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을 뚫은 것 같은 전율이 오지 않을 때가 태반이에요. 다만, 지금도 잉크가 마를 새 없이 계속 시를 쓰고 있다는 그 자체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곧장 책상 앞에 앉는다. 전날 쓴 글을 고치고 새 글을 쓴다. 집 안 곳곳에 생각날 때마다 빼곡히 글을 써 놓은 냅킨, 메모지 등이 꽉 차 있다. 책은 손에서 떠나는 법이 없다. 요즘은 시리아 시인인 아도니스의 시집, 독일 출신의 미국 소설가이자 시인인 찰스 부코스키의 작품을 읽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